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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특별법 개정안으로 재기억하는 4.3사건 편집위원 김현경 비어있는 제목에 의문이 들 것이다. 나 역시 이 비석과 마주했을 때 그랬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비석은 처음이었다. 제주 4.3 평화공원에 누워있는 이 비석의 이름은 ‘백비’로, 모습 그대로 ‘이름이 없는 비석’이라는 뜻이다. 4.3사건이 정명되지 못해 비석에 아무것도 새기지 못한 탓이다. ‘왜 이름조차 붙이지 못했을까?’ 제자리를 걷는 듯했다. 2000년 4.3 특별법 제정,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 원수로서 첫 공식적인 사과, 점점 공유되어 가는 4.3사건에 담긴 이야기 … 4.3사건의 해결이, 화해가, 치유가 진전되었다고 믿었는데 백비를 보니 나아갈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내가 육지에서 살기 시작한 2018년, 4.3사건은 70주기를 맞이했다. 70주기여서인지, 4.3사.. 2021. 6. 22.
새로운 공론장을 찾아서 편집장 김시원 “대화가 필요해”. 하나의 인용구가 된 이 문장은 10년 전 인기를 끌었던 개그 프로그램의 코너 이름이기도 하다. 대화가 부족한 가족이 저녁 식사를 하면서 사소한 말다툼을 하다가, 다툼이 고조되면 아버지 역할을 맡은 코미디언이 ‘밥 묵자’로 대화를 일축하는 전개였다. 평소 대화가 부족하던 가족에게 생긴 갈등이 아버지의 호통으로 마무리되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현실의 문제를 꼬집는다. 대화는 나의 의견과 입장을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고, 또 상대방의 말을 듣고, 서로에게 피드백을 공유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대화 덕에 서로를 잘 알아갈 수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한 합의도 이룰 수 있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오해와 다툼은 흔히 ‘대화 부족’이 원인일 때가 많지 않.. 2021. 6. 22.
대학언론좌담회― “주저 말고, 겁먹지 않고, 뚝심 있게 정진하는 자세가 필요하죠” 편집장 김시원 앞선 기획을 넘겨받아 공론장에 대한 고민을 이어간다. 공론장을 새로 쌓아 올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다층적인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제대로 된 언론이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하지만 대학언론의 상황도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대학언론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중앙문화는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고, 어떤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지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 5월 8일 저녁 7시, 중앙문화와 경희대학교 방송국 V.O.U., 대학알리, 동아대학보, 서울대저널이 화상 회의 플랫폼 ZOOM에 모여 현 대학언론의 관습과 태도를 성찰하고 미래를 함께 그려나갔다. 안녕하세요. 각자 소속되어 있는 대학언론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V.O.U. 윤다혜: 경희대학교 방송국은 195.. 2021. 6. 22.
껍데기는 가라, '탈곡기'와 함께한 진솔한 인터뷰 수습위원 석기범 지난 4월 6일, 대학본부에 정보 공개를 요구하기 위한 안건을 의결하기 위해 8년 만에 학생총회가 열렸다. 비록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되었지만, 이후 자발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줌(ZOOM) 회의장을 가득 채웠다. 이 논의의 중심에는 (이하 탈곡기)가 있었다. 탈곡기와 학우들이 만들어낸 650여명의 연서명이 학생총회 소집을 이끌었다.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대중적인 조직 〈탈곡기〉. 학생자치로 가는 길 위에 그리고 그 중심에 〈탈곡기〉가 있다. 탈곡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탈곡기가 ‘등록금 반환’을 위한 단체라고 생각해 왔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총회에서 그들이 학생총회를 소집하려 한 것은 학교에 운영정보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서였다. 아직도 탈곡.. 2021. 6. 22.
중앙대학교 노동을 짚어보다 -중앙문화와 톺아보는 학내노동 가이드 편집위원 석기범 비대면 학사 운영이 1년 반째 이어지고 있다. 텅 빈 학교도 이제는 익숙해진 듯하다. 20학번을 ‘코로나 학번’이라 부르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21학번까지 코로나 학번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결국 작년처럼 허무하게 한 학기가 지나갔다. 20학번, 21학번 학생들은 무엇보다 우선 학교에 오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지 않을까. 이들이 ‘대학’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건 ‘싸강’이나 ‘줌 수업’이 전부일 것이다. 이클래스나 줌 수업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교수님과 동기, 선후배들뿐이지만 실제로 학교에 오면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있다. 요즘도 캠퍼스에 학생은 없지만, 학교는 돌아가고 있다. 노동자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뿌리에 ‘노동’이 있다. 대학의 주된 목적은 교육이지만 교육이.. 2021. 6. 22.
내일의 성평위, '오늘'이 만들어라 부편집장 문민기 편집위원 김현경 오늘도 성평위의 독립성은 지켜지지 않았다 성평등위원회를 향한 위협은 ‘오늘’도 이어졌다. 이는 3월 31일에 열린 서울캠퍼스 63대 총학생회(총학) 〈오늘〉의 1분기 간담회에서 드러났다. 총학이 배포한 간담회 자료집에서는 서울캠퍼스 성평등위원회(성평위)를 ‘산하 위원회’라고 명시했다. ‘산하 위원회’는 단순한 명칭 문제가 아니었다. 해당 명칭으로는 성평위의 독자적인 위치를 보여줄 수 없었다. 성평위를 총학생회가 관할하는 기구로 해석할 여지가 다분했다.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최승혁 총학생회장은 산하 위원회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자율성을 훼손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성평위와 총학 간 이견이 있을 때도 “협의를 통해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해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성평위가.. 2021. 6. 22.
우리가 사는 집, 그들이 '사는' 집 부편집장 문민기 연일 부동산이다. 경제도 부동산, 정치도 부동산, 지난 4월에 열린 재·보궐선거에서도 온통 부동산 얘기뿐이었다. 온종일 서울 집값이 올랐네, 어디 지역에 신도시가 생기냐 마냐 떠든다. 그뿐인가? 올해 초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수도권 3기 신도시 예정지에 대거 투기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여당과 야당 간의 공방 사이에서 사건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부동산을 가진 자, 가질 때를 놓친 자, 그리고 아예 가지지 못하는 자의 간극은 점점 벌어졌다. ‘부동산’, 세 글자가 남긴 것은 상처뿐이었다. 암담한 현실에서 필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남한의 면적은 10만 2백십km²이고 인간다운 삶에 필요한 인당 최소 주거 면적은 14㎡라는데, 차라리 국토를 각자 14㎡로 나눠 가질 수는.. 2021. 6. 22.
웬만해선 능력주의를 막을 수 없다 편집위원 김아영 개강과 동시에 관례처럼 학생들 사이에서는 ‘안성캠퍼스’ 논쟁에 불이 붙는다. 심지어 올해는 진학사에서 중앙대학교 안성캠을 ‘분캠’으로 잘못 표기해 학생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진학사는 이를 정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논쟁은 이어졌다. 개선되지 않는 교육 환경, 행정부처의 불균형 등은 안성캠의 고질적인 문제다. 중앙문화는 작년 78호에서 안성캠의 문제점과 본부의 기만에 관한 글을 싣기도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학생들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학생사회에서 일어나는 ‘안성캠에 관한 논쟁’은 안성캠 학생들이 본부의 태도를 규탄하는 것에서 서울캠 학생들과 안성캠 학생 간의 소모적인 다툼으로 변모할 때가 많다. 왜 그럴까? 중앙대는 서울과 안성 두 곳에 교지를 둔 ‘이원.. 2021. 6. 22.
〈더 디그〉, 학문과 배움의 의미를 탐색하다 권유빈 (서울대학교 학부생) 편집자주 교육과 배움이란 무엇일까요. 대학생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는 우리들은 수많은 강의와 지식을 마주하지만 교육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보는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학위를 얻기 위한 과정 정도로 교육은 수단화되기 쉽상이죠. ‘배움’을 위한 배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에 관심을 갖고 진지하게 고찰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에 재학 중인 권유빈 학생입니다.그는 평생학습에 관심이 있으며, 누구나 자기의 목소리를 갖고 배움을 이어나가는 사회를 꿈꾼다고 합니다. 교육에 대해 공부하는 대학생의 관점에서 본 교육과 배움에 대해 듣고 싶어 기고를그에게 요청드렸습니다. 본 기고는 그의 교육과 배움에 대한 사유를 영화 〈더.. 2021. 6. 22.
현실을 살아내는 〈내 여자친구와 여자 친구들〉에게 편집위원 김아영 새삼스럽다는 감각, 그런 느낌에 압도될 때가 있습니다. 늘 걷던 길 위에서 머리 너머 내리쬐는 햇빛의 시선이 머문 곳, 도로변 가로수 옆 자그맣게 피어난 꽃을 바라볼 때. 그럴 때, 새삼스러운 감각에 그 시선을 따라 한참을 바라보곤 합니다. 몇 번이고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지나쳤을 그 거리 위에서 말입니다. 그러다 보면 시선에 닿지 않았던 것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엊그제 내린 비 덕분인지 살짝 젖은 땅, 언제부턴가 살짝 깨져있는 돌, 작은 개미 몇 마리, 담배꽁초 하나까지. 찌그러진 캔이나 누군가 아무 생각 없이 뱉고 간 가래침을 볼 때면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합니다. 새삼스러움은 그렇게 수많은 감각을 던져놓고 갑니다. 어찌 보면 말입니다, 그런 새삼스러움은 너무나도 우연적입니.. 2021.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