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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타운에 살어리랏다 편집장 채효석 대학은 하나의 ‘작은 마을’이다. 기숙사와 식당, 각종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대학이 점점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 마을이 되어감에 따라 주변의 마을과는 단절됐다. 지역사회는 주민생존권에 위협된다며 학교가 기숙사를 늘리는 것을 싫어했고, 학교에 상점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했다. 대학과 학생은 지역의 주체가 아니라 오히려 반목의 대상이 됐다. 대학이 지역에서 고립됨에 따라 각 주체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축소됐다. 대학과 학생은 캠퍼스 부지 내의 인적·물적 자원만을 활용할 수 있다. 지역은 대학을 매일 들락날락거리는 각 분야의 전문가와 엄청난 규모의 청년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이 소통의 단절은 주체들의 협력을 막아 지.. 2020. 7. 23.
재난은 어디로 향하나: 숨을 곳도 없는 사람들 편집위원 김현경 수습위원 장비단 3월 22일, 국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한 처사였다. 다중 이용 시설은 폐쇄됐고, 타인과의 거리가 멀어졌다. 많은 일정들이 무산되거나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됐다. 사람들이 외부로 나올 구실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대학교에서는 사이버 강의가 진행됐고, 어린이집∙유치원∙초중고 학사일정이 미뤄졌으며, 봄을 환영하는 축제들은 모두 취소됐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국가는 모습을 드러내지만 사람들의 모습은 사라진다. 사람들은 전염병을 피해 안으로 숨어든다. 시야가 좁아져 자신에게 보이지 않는 것은 외면하게 된다. 이때, 누군가 외부로 모습을 드러냈다. 집 바깥 공간은 잠재적 바이러스 발생지로 규정되지만 이들은 바깥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누구.. 2020. 7. 23.
'선' 넘은 평화 ― 코로나 시대, 싸우기 싫은 사람들에게 ‘선’ 넘은 평화 ― 코로나 시대, 싸우기 싫은 사람들에게 편집위원 김지우 시간은 흐른다. 하지만 모든 시계가 똑같이 흐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초침은 더 느리게 움직인다. 2019년에는 자정 2분 전이었던 ‘지구 종말 시계[1]’의 시간은 올해 20초나 줄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초침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는 않다. 시간이 자정에 가까워질수록 지구 멸망이 다가온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100초뿐이다. 핵무기를 둘러싼 문제는 ‘지구 종말 시계’의 시간을 정하는 기준 중 하나다. 처음 고안된 계기도 냉전 시대의 핵무기 경쟁을 경고하기 위함이었고, 오늘날도 기후 변화와 파괴적 기술들을 포함해 핵 실험이나 핵무기 보유국 간의 핵 협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정된다. 전쟁의 위험.. 2020. 7. 23.
불매운동의 사회경제학: 불매운동의 숨겨진 합리성 서울청년민중당 청년직접정치위원회 성채 "독립운동은 하지 못했지만, 불매운동은 한다." 잠시 시들해지긴 했지만, 불매운동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직도 아사히 맥주를 마시는 건 껄끄러운 일이며, 심지어는 아사히 맥주를 판매하는 편의점을 찾기도 쉽지 않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일본으로 갈 계획을 세우기는 망설여진다. 유니클로 매장을 들어가기에도 눈치가 보인다. 불매운동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유니클로의 3분기 매출은 70%가량 감소했다. 찬바람이 불면 불티나게 팔렸던 히트텍의 계절이 돌아오며, 매출액이 증가할 수 있을까 싶더니, 지난 10월에는 광고 논란이 터졌다. 유니클로의 실제 의도와는 관계없이, 현재의 그 광고를 둘러싼 상황은 불매운동의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는 인식과 정서가 여전히 지속하고 있음.. 2020. 5. 25.
20대 남성 보수화론 분해하기 김선기 신촌문화정치그룹 연구원 / 연세대 박사수료 '20대 남성'에 대한 언론, 정치권, 학계 등에서의 관심이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 월, 리서치업체 한국갤럽의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 결과,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으로 여 겨졌던 20대 남성이 노년층보다도 문재인 대통령을 덜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부터다. 이후 여러 매체에서 이 현상을 이해하려는 방편으로 20대 남성들을 설문조사, FGI 등의 기 법으로 취재한 기사들을 내놓았으며, 몇몇 정치인들도 20대 남성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는 방식의 행사를 기획했다. 최근에는 시사주간지 의 3부작 기획이 이례적으로 많은 사회적 관심을 얻으며 '20대 남성'에 대한 관심에 다시 불을 붙였다. 세 가지 시선, 세 가지 주장 '20대 남성'에 대한 최근.. 2020. 4. 20.
[포토에세이] 망월동에서 편집위원 홍용택 2020. 4. 19.
에브리타임, 정말 모두를 위한 공간인가 ― '에타'를 설명하는 두 가지 키워드 객원편집위원 이지형 전국 1위 대학 커뮤니티, 살아있는 정보의 장 에브리타임 대학생치고 에브리타임(에타)을 모르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에브리타임은 대학생들의 수강 신청을 돕는 시간표 관리 서비스로 2010년 첫선을 보였다. 초기에는 단지 시간표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이었으나, 이후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며 이용자를 빠르게 늘려나갔다. 현재 전국 400개 캠퍼스를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가입자는 363만 명, 작성된 시간표 1,475만 개, 작성된 게시글은 무려 4억 3,374만 건에 이른다. ‘대학생 필수 어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브리타임의 핵심 기능은 시간표 관리 서비스지만, 커뮤니티 기능 역시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에브리타임은 학교 인증을 통해 해당 학교 학생만 이용할 수 있는 익명.. 2020. 4. 19.
여성을 위한 병원은 없다 편집위원 타서 꽉 끼는 바지를 입을 때, 허리를 펴고 꼿꼿이 앉을 때, 생리가 끝나갈 즈음엔 항상 음부가 아팠다. 아픈 게 정상인지, 왜 아픈 건지 몰랐다. 물론 소음순을 잘라 통증과 불편함을 없애주는 수술이 있는 지도 몰랐다. 문제인지 모르는데 해결책을 찾는 건 불가능하니까. 한 외국인 유튜버를 통해 소음순절제수술이라는 걸 처음 접했다. 흔히 말하는 ‘소중이’에 칼을 대는 게 무서웠지만 수술을 해야겠다고 맘먹었다. 구석으로 몰아넣기 소음순절제수술에 관한 정보를 찾을수록 수술을 해야겠다는 의지는 꺾여갔다. 정보가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모순적으로 ‘해야겠다’는 강박도 생겨났다. 사람들의 평가 때문이었다. 인터넷에서 여성의 성기를 평가하는 일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여성의 성기를 직접적인 조롱의 .. 2020. 4. 15.
‘헬조선'에서 놀이터로서의 시민사회 만들기 -깃발과 촛불 이후 사회운동의 주체와 문화에 대해- 이관후(서강대 현재정치연구소) 1. 촛불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1) 박근혜는 왜 탄핵되었나? 2017년 대선은 직접적으로는 최순실 게이트와 그 결과인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발생한 정치적 사건이다. 그러나 탄핵을 가능하게 했던 실질적인 배경인 촛불시위의 원인은 이보다 더 구조적인 데있다. 지난해 11월 촛불시위가 막 열리기 시작했을 때 나타난 새누리당 의원들의 발언이나,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의 발언에서 이것이 잘 드러난다.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은 최순실 게이트를 정권 말기에 발생하는 레임덕의 전형적 현상으로 보았다. 즉, 정권 말기에 선거에서 패배하고 - 이번의 경우 2016년 4월 총선 - 정부와 여당의 힘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대통령 측근의 비리가 드러나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나 언론 보도가 가능해지.. 2020. 4. 13.
'페미호'의 노를 함께 저어가기 위하여 나영/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적녹보라 의제행동센터장 지난 3월 중순 경, ‘꼴빼미’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 라온 한 장의 그림이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 “페미호 노젓기도 턱 끝까지 숨차 오르는데 가로막는 암초에 이젠 다른 배 노까지 저으라고 압박하네요”라는 글과 함께 게시된 그림이다. 이 한 장의 그림 안에는 “페미니스트라면 종차별 하면 안돼요! 고기 끊읍시다!”라며 동물권을 주장하는 사람, “페미니스트라면 소수자와 공감해야죠! 병신이란 말 쓰지마 씨발련아!”라고 하고 있는 ‘장애인권’ 활동가, “게이도 약자인 거 알죠? 페미니스트라면 게이인권에도 힘써주세용”하고 있는 게이, 그리고 “저 저번 달에 여자됐어요! 우리 성매매 하는 거 도와주세용! 페미니스트라면 우리 마음도 잘 알겠죠?”라고 하고 있.. 2020.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