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보기282 윤리적 상상력이 필요한 21세기 SF 박상준 (서울 SF 아카이브 대표) 코로나19에 SF적 상상력이 결합하면 다음과 같은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물리적 거리두기가 극단화되면서 모두들 대면 접촉을 꺼리게 되고, 결국 사람들은 죄다 혼자 산다. AI로봇들이 극진하게 시중을 드는 덕분에 일상생활은 불편이 없다. 타인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 일을 죽음만큼 두려워해서 부부관계도 사라지지만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어 인류의 대는 이어진다. 사실 이건 이미 60년도 더 전에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낸 소설 (1957)에 나오는 설정이다. 과연 이런 세상이 정말 올까? SF가 제시하는 다양한 미래 전망들의 출발점은 개연성이 아니라 성찰이다. 우리가 고민할 것은 과학적 상상력보다는 윤리적 상상력의 빈곤인 것이다. 종말을 꿈꾸는 은밀한 .. 2020. 12. 24. 기억하고 낙관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읽는 이야기, <소녀 연예인 이보나> 황가현 (한양대학교 학부생) 가끔, 거리 위의 모든 사람이 각자분(分)의 이야기를 갖고 산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곤 합니다. 우리는 나만의 이야기를 친구와, 가족과, 남과 나눕니다. 그 속에서 서로의 씨실과 날실이 되어 하나의 무늬를 만들기도 하지요. 이야기는 이렇게 기억되고, 살찌워지고, 또 보존됩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철저히 수납되고 배제되어온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렇게 존재도 모른 채 숨겨져 있던 이야기 중 몇몇은 풍화되어 사라지기도 할 것입니다. 오래 회자되고 사랑받는 이야기는 주류가 되고, 제도를 형성하며 더욱 견고해질 테고요. 어떤 이야기들에 시간은 서로 다르게 작용합니다. 즉, 우리는 ‘기억됨’의 기회조차 불공평한 세상에서 이야기를 듣고, 만들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토록 혐오와 배제가 .. 2020. 12. 24. 채식 한끼, 괜찮을지도? 수습위원 김아영, 황혜현 2020. 12. 24. ‘공짜 밥’ 기본소득을 논하다 2020 가을겨울 편집위원 문민기 코로나19가 강타한 2020년, 바이러스의 확산에 따라 민생경제 역시 시름시름 앓아가고 있었다. 병들어가는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치권은 앞다퉈 다양한 처방전을 내놓았다. 그중 전주시 지역경제 지원정책이 촉발한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타 지자체와 중앙정부는 이를 본떠 지역 화폐와 현금을 비롯한 재난 소득의 도입을 고민하고 나섰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것이 ‘재난지원금’이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일정 수준의 무조건적 소득을 보장하는 그야말로 사상 초유의 경제 정책이었다. 한 차례의 재난지원금에도 불구하고, 팬데믹의 장기화에 따라 경기는 되살아나지 못했다. 이에 정치권은 ‘n차 재난지원금’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돌파구를 모색했다. 진보와 보.. 2020. 12. 24. 청년 정치, 찰나에 그치지 않으려면 편집위원 문민기 올해 선출된 21대 국회의 평균 연령은 54.9세. 55.5세를 기록한 직전 20대 국회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늙은’ 국회가 되었다. 선거법 개정과 시민의식 고취에 따라 새롭게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된 유권자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반면,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할 정치권의 나이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청년 유권자와 정치 사이의 시차는 청년 유권자의 목소리가 정치라는 공론장에 제대로 전달되는 것을 방해한다. 이런 현실에서 기성 정치가 이야기하는 ‘청년’은 그저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기 위한 립서비스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팬데믹 상황에서 청년 세대를 둘러싼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심화하고 있다. 우리가 이전부터 접해왔던 등록금 문제와 주거난, 취업난은 전염병과 함께 더욱 기.. 2020. 12. 23. 팬데믹, 학생자치의 길을 묻다 편집장 채효석 편집위원 김민지 학생자치 하기에 올해 참 힘들었습니다. 나름의 기획을 가지고 있던 학생자치자들에게도, 한창 여러 행사에 참여해보고 싶었을 신입생들에게도 힘들었을 겁니다. 는 ‘비대면’이 강타한 올해 학생자치를 돌아보고, 미래를 그려보고자 했습 니다. 이를 위해 50여 명에 달하는 자치자들을 만나 함께 고민해보았습니다. 뒤에 나올 두 기사에 표기된 자치자들의 ‘직함’은 인터뷰 당시를 기준으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인터뷰는 대부분의 대표자들의 임기가 끝난 12월 1일 전에 이루어졌습니다. 단절과 연결 “학생자치 속 많은 문화들의 명맥이 끊길 것 같다” 정치국제학과의 학생이 인터뷰 중 한 말이다. 이는 20학번들의 상황 때문이다. 비대면 학습이 1년을 이어지며 아직 캠퍼스도 못 밟아본 새내기가 .. 2020. 12. 23. 디지털 플랫폼이 약속하는 미래, 과연 혁신일까 2020 가을겨울 서준상(중앙대학교 사회학 석사) “대체로 플랫폼은 타자가 교류하는 텅 빈 장소로 자신을 표방하지만, 사실상 권력관계(politics)를 내재한다.” - 닉 서르닉, 『플랫폼 자본주의』 코로나19는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다. 감염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면서 비접촉·비대면 상호작용이 일상화되었고, 그에 따라 재택근무나 배달·택배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했다. 택배노동자의 잇따른 과로사와 배달노동자들의 불안전한 노동 환경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면서 사회에서 필수적인 노동을 수행하는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다른 한편에서는 ‘위기를 기회로’라는 슬로건 아래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기조에서 .. 2020. 12. 23. 대학의 미래로 가는 길 위에서 - 중앙대 교수노동조합 신설과 의사결정 구조 변화를 파헤쳐 보기 편집위원 김현경 올해는 많은 것들이 변하고, 변할 것으로 예측되는 한 해였다. 대학의 의사결정 구조도 큰 변화를 앞둔 것 같다.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주체 하나의 위치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중앙대학교 교수노동조합’이 신설되며 교수사회는 학내 소통에서 이전보다 적극적인 의사 참여와 영향력 증대를 준비하고 있다. 학생사회도 이 변화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왜 그런지 예측하기 힘들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도록 하자. 중앙대 교수노동조합은 6월 25일에 설립됐다. 교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은 낯설다. 교수노동조합의 설립이 가능해진 것은 올해 5월 20일부터였다. 기존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 제2조는 초∙중∙고등학교에 종사하는 교원만을 포괄하는 법으로 대학.. 2020. 12. 23. 2020, 학생자치 안녕하셨습니까 중앙문화 김현경, 황혜현, 김민지, 채효석 코로나19 이후 학생자치 돌아보기 코로나19로 많은 것들이 바뀐 해였다. 학생자치 역시 변화를 피할 수 없었다. 대책을 세울 틈없이 학생자치 활동은 축소됐고, 활동 영역은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이전에 언급되던 ‘학생자치의 위기’와는 다른 형태였다. 사람들은 코로나19로 변화와 혁신이 앞당겨졌다며 미래를 준비한다. 중앙문화는 학생자 치의 미래를 섣불리 예측하기 이전, 2020년 학생자치의 모습을 되돌아봤다. 코로나 19 이후 대면이 불가능해지면서 학생들과 소통해야 하는 학생회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우선, 사업이나 설문조사 등의 홍보 면에서도 어려운 점이 많고, 지난 해까지 소통부스를 통해 직접 학우들을 만나면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창구가 있었던 것.. 2020. 12. 23. 편집위원 주거생활기 중앙문화 김시원 김현경 채효석 #1 경력: 기숙사 입주 1회, 자취방으로 이사 1회, 쉐어하우스 입주 1회, 기숙사 탈락 2회, 망한 자취방 대회 우승 1회 경력이 중요한 시대라는데, 나는 주거와 관련해 꽤나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내 경력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서울에서 사는 2년간 이사를 크게 세 번 했고, 학교 기숙사는 학점 커트라인 미달로 2회 탈락했으며, 현재 살고 있는 쉐어하우스가 망한 자취방 대회애서 우승해 상품으로 에어프라이어를 받기도 했다. 대학을 합격하고 서울에서 처음 살게 된 곳은 블루미르홀 309관이었다. 실은 어릴 때부터 독립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서울에 오게 된 것도 내가 살던 지역에서 탈출해 나만의 공간에서 서울 라이프를 즐기겠다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다. 당시 나는 자취방 .. 2020. 12. 23.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