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박기현
등록금이 올랐다. 분명 민감한 이슈인데도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전학대회 안건에도 없었다. 대자보 한 장 붙지 않았다. 자그마치 5% 인상이다. 심지어 2년 연속이다. 조승현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은 이번 인상을 놓고 인상된 만큼 투자가 잘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다시 등록금 인상 반대에 앞장서왔던 총학생회장마저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같은 자극에도 전혀 다른 반응이 있는 데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1
외국인 유학생의 수업료 인상
외국인 유학생의 수업료는 인상된 반면, 한국 학생의 수업료는 6년간 동결됐다. 한국 학생의 수업료는 쉽게 올릴 수 없다. 「고등교육법」 11조에 따르면 수업료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넘을 수 없다. 상한 범위 내에서 인상해도 국가장학금과 정부재정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올해에는 330 개의 대학 중 321개 대학이 한국 학생의 수업료를 동결하거나 인하했다. 2
외국인 유학생의 수업료는 2016년까지만 해도 한국 학생의 수업료와 같았다. 외국인 유학생의 수업료도 한국 학생의 수업료와 같은 이유로 인상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 12월 교육부는 외국인 유학생의 수업료는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국가장학금 등의 불이익도 감수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대학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외국인 유학생의 수업료를 인상했다. 중앙대 3도 마찬가지였다.
인상의 근거가 된 교육비 환원율
매해 등록금을 결정하는 곳은 등록금심의위원회 (이하 등심위)다. 17년 등심위 4차 회의록에는 교육비 환원율이라는 지표가 등장한다. ‘교육비 환원율의 현실화’를 위해 외국인 유학생의 수업료를 인상한다고 되어있다. 그렇다면 교육비 환원율은 무엇이고, 또 그것의 현실화는 무엇일까?
교육비 환원율은 학생이 내는 등록금에 비해 학생에게 얼마나 많은 교육비가 쓰이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전체 등록금 대비 교육비 총액의 백분율로, 분모인 등록금은 입학금과 수업료의 합이다. 분자인 교육비는 말 그대로 학생들의 교육에 관한 비용이다. 4 장학금, 각종 프로그램에 드는 비용, 심지어 학교 건물의 수도·전기세까지도 포함한다. 5 등심위에서 언급한 교육비 환원율의 현실화는 외국인 유학생의 교육비 환원율이 한국 학생의 그것보다 더 크기에, 분모인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을 인상해서 교육비 환원율을 비슷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6
“장학금 혜택과 각종프로그램을 고려했을 때 내국인 학생보다 교육비 환원율이 높았다”며 “이번 인상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른 것이다.” 7라고 장우근 기획팀장도 <중대신문>에서 교육비 환원율을 언급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인상의 근거로 사용한 외국인 유학생의 교육비 환원율은 없었다. 장우근 팀장은 교육비 환원율이 전체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구하는 값이라고 했다. 외국인 유학생의 교육비 환원율은 따로 구할 수 없는 지표라고도 덧붙였다. 8
원유권 예산팀장 역시 “상식적으로 봤을 때 외국인 유학생 (교육비 환원율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외국인 유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 제도와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학생이 포함되지 않은 장학금 제도와 프로그램에 드는 비용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의 교육비 환원율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외국인장학금과 외국인 유학생 지원 프로그램 역시 외국인 유학생의 수업료 인상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장학금 때문에 수업료를 인상한다.
장학금 제도의 목적은 학생의 수업료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다. 외국인장학금은 교육비 환원율의 차이를 발생시켰다는 이유로 거꾸로 수업료 인상의 근거가 됐다. 중앙대의 경우 성적에 따라 외국인장학금을 지급한다. 2010학년도 입학자부터는 성적이 4.0 이상이면 수업료의 전액, 성적이 3.7 이상이면 반액, 성적이 3.3 이상이면 35%를 장학금으로 받는다. 2009학년도 입학자까지는 성적이 3.5 이상이면 수업료의 65%, 3.0 이상이면 반액, 2.5 이상이면 35%다. 한국 학생들에게는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 장학 제도다.
이같은 외국인장학금 제도가 마련된 데에는 사정이 있다. 교육부는 ‘스터디코리아2020’을 내세워 202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20만 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줄어드는 학령인구의 공백을 외국인 유학생들로 메꾸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인한 경제적 효과도 막대했다. 학부 외국인 유학생 한 명을 유치할 경우 1년간 기대 수입이 1100만 원을 웃돈다. 외국인 유학생 수가 8만 명이었던 2014년에도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인한 경제적 수입이 약 8천억 원에 달했다. 9 2023년까지 20만 명을 유치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하기는 했지만, 교육부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의지는 여전히 강력했다. 10
덩달아 각종 대학평가는 외국인 유학생 비율을 대학평가의 지표로 삼았다. 대학은 국제화 지표 에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제대로 된 인프라 구축도 없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 경쟁을 벌였다. 장학금 제도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한 대표적인 유인이었다. 장우근 팀장은 “우리나 라에 있는 모든 대학이 국제화 지표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외국인 유학생들을 데리고 오기 위해서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혜택을 굉장히 파격적으로 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를 선두로 대학들은 폭주 기관차처럼 내달렸다. 2007년 4만 9270명이었던 외국인 유학생 수가 2017년에 이르러서는 12만 3858명까지 치솟았다. 11
외국인 유학생 진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15)씨는 “한국 학생들은 국가장학금 등 다양한 경로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지만,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사실상 외국인장학금 외에는 없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성적을 높게 받기란 무지하게 힘들다”라고 말했다. 겉보기에는 장우근 팀장의 말처럼 “파격적”이다. 본부도 장학금을 근거로 교육비 환원율의 격차가 생겼다고 했다. 하지만 찜찜한 부분이 남는다. 장학금이 교육비 환원율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하려면 외국인 유학생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장학금을 받는지를 알아야 한다. 유학생 장학금 수혜 인원 및 액수를 요청했으나, 이를 거절했다. 문
경란 학생지원팀 차장으로부터 회의 결과 “답변을 해줄 의무는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에 <중앙문화>는 대학 알리미 공시자료를 토대로 지표를 만들어 보았다. 산출 방법은 다음과 같다. 한국 학생들만 받을 수 있는 국가장학금과 성적우수장학금을 한국인 재학생 수로 나눈다. 마찬가지로 외국인 유학생들만 받을 수 있는 외국인장학금을 외국인 재학생 수로 나눈다. 12 외국인 유학생은 국가장학금과 성적우수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 국가장학금은 국내 대학을 다니는한국 국적을 가진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장학금도 성적에 따라 주는 장학금이기 때문에 중복 수혜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외국인 유학생은 성적우수장학금을 받지 못한다. 당연하게도 한국 학생은 외국인장학금을 받지 못한다. 그 외 장학금은 한국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 둘 다 수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제외했다. 13 계산 결과, 한국 학생이 1년에 받는 1인당 장학금(국가장학금 및 성적우수장학금)은 190만 2천 원이었다. 외국인 유학생이 1년에 받는 1인당 장학금(외국인장학금)은 58만 7천 원이었다. 14
거친 산출법이지만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있다. 외국인장학금은 한국 학생의 장학금보다 많지 않았다. 1인당 한국 학생의 장학금이 1인당 외국인 유학생의 장학금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등심위와 본부 교직원들은 수치도 없이 외국인 유학생의 교육비 환원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장학금을 언급했다. 하지만 산출 결과는 달랐다. 오히려 외국인 유학생의 1인당 장학금이 한국 학생의 1인당 장학금보다 적었다. 장학금은 거꾸로 한국 학생의 교육비 환원율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수업료 인상을 할 정도로 꼭 필요한 프로그램인가?
예산팀장과 기획팀장은 외국인 유학생 지원 프로그램이 한국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 간의 교육비 환원율 격차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을 지원하는 여러 프로그램이 있다. 하지만, 투입되는 예산을 알 수 있는 프로그램은 학과에서 진행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이었다. 외국인 유학생 여러 명을 한국 학생 한 명이 멘토링한다. 인상이 있기 직전인 2016년 2학기에 외국인 유학생 다수 가 소속된 10개의 과에 멘토링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학과마다 소속 외국인 유학생 수업료의 10% 를 배분하여 학과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멘토의 역할은 유학생의 학습, 시험 준비, 발표 준비 등을 도와주는 것이다. 한 학기 동안 외국인 유학생을 도운 멘토는 장학금을 받는다. 경영학부는 50명, 경제학부는 12명,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9명의 멘토에게 장학금을 지원한다.
17년 4차 등심위 회의록을 보면 “학과/부의 요구사항”이라는 인상 근거가 등장한다. 멘토링 프로그램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의 요구로 만들어졌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본부에 외국인 유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예산을 요청했다. 그 요청이 “학과/부의 요구사항”이라는 인상의 근거로 쓰였다. 조재희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장은 외국인 유학생 수업료가 인상된지도, 인상의 근거로 쓰였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멘토링 프로그램은 교육비 환원율 격차의 요인이라는 점과 “학과/부의 요구사항”이라는 점에서 이중으로 인상의 근거가 됐다.
이 프로그램이 외국인 유학생들의 수업료를 인상하면서까지 꼭 필요한 프로그램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혜택을 받는 외국인 유학생은 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프로그램의 취지와도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사회과학대의 한 학우는 활동 시간에 “롯데월드, 동물원, 박물관, 영화관”에 가기도, “저녁을 먹거나 카페에 간”다고 말했다.“(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니깐 만든”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멘티인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의 방경우 씨는 “제출용 인증사진만 찍고 헤어지는 경우도 전해들었다”며 해당 제도가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유학생은 경영학부, 경제학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사회학과, 국어국문학과 등 10개 학과에 쏠려 있다. 그들 수업료의 10%면 인상분 총액과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왜 하필이면 멘토링 프로그램에 이렇게나 많은 돈을 썼을까? 수업료 인상분은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학생의 장학금으로 세탁된다. 이로써 학교의 장학금 지표는 상승한다. 몇몇 학과에서는 장학금 일부를 외국인 유학생들과의 활동비에 지출하라고 권고했다. 멘토링 프로그램에 드는 활동비도 명목상 장학금이라는 점에서 장학금 지표에 산정된다. 장학금 지표를 올리려는 의도로 멘토링 프로그램에 인상분 상당을 투입했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학과에 배분되는 유학생 수업료, 나머지는 어디로?
외국인 유학생의 학비가 인상된다면 인상분은 이들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 교육부 보도자료에도 “증가하는 재원으로 학교생활 지원 및 외국인 장학금 재원 등 활용”이라고 되어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상분이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종교 시설, 번역, 인건비, 장학 등에 투입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15 등심위에서도 “차등인상에 따른 수입 증가분을 유학생 전공교육 관리지원 확대 등 유학생 교육의 질 관리 및 학부 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활용“하겠다고 의결했다. 학교는 외국인 유학생 수업료의 10%를 과에 배분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지원 프로그램 및 환경 개선을 위해 지급되는 돈이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들의 수업료는 새어나가고 있다. 16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의 멘토링 프로그램 담당 조교는 배분받은 돈의 50% 이상이 이 프로그램에 쓰인다고 했다. 나머지는 외국인 유학생 담당 조교의 장학금 등에 쓰인다. 그 외 상당액은 환경 개선 명목으로 쓰이고 있다. 담당 조교의 말로는, 최근에 외국인 유학생의 수업료로 학부 편집실에 컴퓨터를 전부 교체했다. 학부의 카메라 교체 비용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인 유학생의 수업료로 학부 전체를 위한 비품을 산 셈이다.
조재희 학부장은 학부의 비품을 사는 데 인상분을 쓴 이유는 외국인 유학생 수업료 인상분인 줄 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멘토링 프로그램 운영비, 외국인 유학생 담당 조교 장학금 등으로 사용하고 남은 잔액은 학부의 예산과 준하게 사용했다고 밝혔다. 예산을 쓰기 위해서는 본부에 예산안을 제출하고 허락을 얻어야 한다. 그렇다면 외국인 유학생 수업료로 학부 전체의 비품을 구매하는 것을 본부가 허락해준 셈이다.
등심위는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가?
교육부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자율화는 대학이 마음대로 인상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대학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가능하다”며 “인상한다면 외국인 학생들이 반대할 것이다. 이에 마음대 로 인상할 수 없는 구조다”고 말했다.17) 교육부의 제재 이전, 지금과 같은 등심위 제도가 있었어도 학부생의 수업료는 계속해서 올랐다. 대학원생 수업료도 등심위에서 결정되지만, 계속해서 올랐다. 교육부가 대학에 수업료 인상의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의 지나치게 낙관적인 예상과는 달리, 외국인 유학생의 수업료는 역시나 인상됐다.
등심위의 학생위원은 두 명으로 각 캠퍼스의 총학생회장이다. 지금은 수업료 인상이 주요 의제가 아니지만, 6년 전까지만 해도 등록금은 매년 뜨거운 이슈였다. 총학생회장은 수업료 인상에 관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반대에 앞장서왔다. 그러다 2010년 입법을 통해 등심위에 학생이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당사자인 학생이 등록금 협상에 참여해 대학의 무분별한 등록금 인상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등심위 제도는 인상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학생위원 중에서 외국인 수업료 인상의 당사자는 아무도 없다. 외국인 유학생 수업료는 등심위에서조차 사각지대에 있었다.
조승현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은 중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예산 집행을 검토한 결과 외국인 유학생의 수업료가 인상된 만큼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투자가 잘 이뤄졌다고 평가했다”며 “대학본부가 올해도 외국인 유학생 관리제도 개선과 장학제도 확충을 약속했다”라고 말했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투자가 잘 이뤄졌다고 평가할만한 요소는 없었다. 인상 전과 다를 바 없는 외국인 장학금은 인상의 근거로 사용됐을 뿐이다. 인상분은 다른 데로 새어나가거나 프로그램은 허술했다. 유학생의 대표이기도 한 총학생회장이 저 같은 발언을 한 것도 외국인 유학생의 수업료 인상은 사각지대에 놓인 일부 학생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17
멈추지 않는 폭주기관차
학교는 인상분을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지적해왔던 외국인 유학생 인프라 마련에 돈을 쓰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인상분의 상당액을 차지한 멘토링 프로그램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틈새로 새어나갔다. 그러는 와중 더 많은 외국인 유학생은 중도에 포기하거나 탈락했다. 수업료 인상이 시작된 해인 작년에는 중도탈락률이 급격히 증가했다.
외국인 유학생의 수업료 인상의 배후에는 교육부가 있었다. 교육부의 안내를 기점으로 대학들은 일제히 수업료를 인상했다. 비슷한 시기 입학금이 논란이 되었다. 그러자 교육부는 2022년까지 입학금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입학금 중 20% 정도만 입학 실비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입학금 전부가 입학 실비로 쓰인다고 부정했지만, 나머지는 일반 등록금과 동등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교육부는 대학 운영의 부담을 특정 집단에게만 지우는 것은 차별이라는 이유로 폐지를 결정했다. 18
이창무 기획처장도 “재정 수입 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물가와 최저임금 인상, 신임교원 확충 등으로 지출은 줄지 않고 있다”라며 유학생 수업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20) 대학 운영의 부담이 외국인 유학생에게 추가로 전가되는 상황이다. 외국인 유학생 수업료 인상도 대학 운영의 부담을 특정인에게만 지운다는 점에서 입학금과 같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의 수업료와 입학금은 정확히 반대로 간다.
이 모순은 대상이 외국인 유학생이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외국인 유학생은 학생이지만 배움의 주체로 여겨지지 않았다. 교육부와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을 수입 증대의 대상으로, 대학평가의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취급했다. 그렇기에 수업료가 쉽게 인상됐고, 인상분은 엉망으로 사용됐다.
외국인 유학생 12만 명이 탄 기관차는 달리고 있다. 조종사는 교육부, 부조종사는 대학이다. 승객의 목적지는 안중에도 없다. 외국인 유학생 수 20만 명 유치와 수입 증대를 향해 무작정 액셀레이터를 밟는다. 앞만 보고 무작정 속력을 올리는 와중 승객들이 나가떨어지기도 했다. 언제까지고 엑셀레이터만 밟다가는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속력을 늦추고 방향이 잘못되진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지금은 브레이크를 밟을 때다.
- <중대신문>, 「대학원·정원외 외국인 유학생의 수업료 또 올랐다」, 2018.02.12. [본문으로]
- 본교 장학금 지급에 관한 시행세칙 12조 1항에는 ‘순수 외국인’이라 하는데 본인의 국적이 외국일 뿐 아니라 부모 모두가 외국인이어야 한다. [본문으로]
- 외국인 유학생 수업료는 등록금 인상률 산출대상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 대학 알리미 등록금 산정 근거에 따르면, ‘등록금 = 수업료 + 입학금 + 기성회비’이지만 사립학교의 경우 기성회비가 폐지돼 생략한다. [본문으로]
- 대학 알리미 교육비 산정 근거에 따르면, ‘교육비 = 대학회계 + 발전기금회계 + 산학협력단회계 + 도서구입비 + 기계기구매입비’다. [본문으로]
- 등록금 외에도 교육비로 쓰이는 돈이 있다. 외부에서 투입되는 교육비로는 대표적으로 국가장학금이 있다. 등록금 외에도 교육비가 많기 때문에 교육비 환원율은 일반적으로 100%를 넘는다. [본문으로]
- 공공 사업에 의해 특별한 이익을 받는 자에 사업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시키는 것. -<네이버사전> [본문으로]
- <중대신문>, 「유학생 수업료 학부 5%, 대학원 6.5% 인상」, 2017.02.13. [본문으로]
- “외국인 유학생 유치의 경제적 효과 추정” 하원섭, 연세대학교 교수. 이주헌, 서울시립대 부교수. 신가희, 연세대 박사과정, 107쪽 [본문으로]
- 위의 논문, 108쪽 [본문으로]
- <한국경제>, 「외국인 유학생 12만여명...3년째 급증한 까닭」, 2018.02.05. [본문으로]
- 17년 기준이다. 산출식은 다음과 같다. 한국 학생의 1인당 장학금 = (국가장학금 총액 + 성적우수장학금 총액 – 외국인장학금 총액)/ (한국 학생 재학생 수). (외국인 유학생 1인당 장학금) = (외국인장학금 / 외국인 유학생 재학생 수) 한국 학생 재학생 수는 전체 재학생 수에 외국인 유학생 재학생 수를 뺀 값이 아니다. 한국 학생이 아니면서 외국인 유학생도 아닌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그 숫자가 유의미한 크기가 아니었고 그 수도 알 수 없었다. 수치를 보수적으로 계산하기 위해 한국 학생의 숫자에 포함했다. [본문으로]
- 전체 학생의 재학생 수는 대학알리미에 나오지만, 외국인 유학생의 재학생 수는 대학알리미에 없어 국제처에 문의했다. 17년
1학기 기준으로 1177명이다. [본문으로] - 이 부분에서 한계가 있다. 앞에서 말한 3가지 장학금 항목을 제외한 항목은 지방자치단체, 교외에서 주는 사설 및 기타, 저소득층 장학금, 근로 장학금, 교직원 장학금, 교내 기타 항목이 있다. 이 기타 항목에서 유학생이 받는 장학금이 유학생에게 편중돼 있다면 중앙문화가 임의로 만든 지표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한국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의 1인당 장학금의 차이인 115만 6천원을 메울 정도로 외국인 유학생에게 편중된 장학금이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 특히, 기타 장학금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저소득층 장학금은 한국장학재단이 제공하는 소득분위를 기준으로 선발하는 경우가 상당수기 때문에 수혜 대상은 거의 다 한국 학생이다. 그래서 이 지표가 의미가 있다는 판단하에 글에 싣기로 했다. 하지만 <중앙문화>에서 만들어낸 지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점 유의 바란다. [본문으로]
- 교육부 보도자료, 창의혁신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 학사제도 개선방향 [본문으로]
- <뉴데일리경제>,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올려볼까...대학들 수익 확대 군침」, 2016.12.28. [본문으로]
- <중대신문>, 「대학원·정원외 외국인 유학생의 수업료 또 올랐다」, 2018.02.12. [본문으로]
- <연합뉴스>, 「전국 대학 입학금 폐지 확정... 330개교 교육부에 이행 계획 제출」, 2018.02.1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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