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편집장 김시원
멈춘 학교, 떠나는 학생
3월 4일 안성캠퍼스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바로 전날인 3월 3일, 학교는 앞으로 음악학부의 모든 연주 및 활동을 안성캠에서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원화캠퍼스 체제인 중앙대가 캠퍼스 간 시설 사용을 금지한다는 것부터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사실 더 중요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안성캠에는 음악 전공 학생들이 공연을 할 만한 장소가 없다. 공연 목적으로 지어진 영신음악관은 건물 아래에 수맥이 흐른다는 이유로 폐쇄된 지 오래다. 다른 곳도 홀이라는 이름만 붙어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강의실 규모의 작은 공간이다. 이런 이유로 음악학부 학생들은 서울캠의 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해왔는데, 하루아침에 쫓겨날 신세가 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학생들은 이때까지 쌓아온 불만들을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냈다. 예술대학에 재학 중인 박채영(전통예술학부 2) 씨는 문제를 취합해보자며 총대를 멨다.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다섯 장 분량의 완성된 글을 박상규 총장에게 메일로 보냈다. 박채영 씨는 총장에게 보낸 메일에서 “안성캠퍼스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존재해왔다. 현재 그 문제점들은 고착화돼 가고 있으며, 이 문제점들에 대해 학생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답장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총장은 답변했다. “보내준 글 속에 나온 안성캠퍼스의 현 상황과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학교에서도 상당 부분 공감”한다는 내용이었다.
본부도 알고 있었다. 안성캠의 문제는 고질적이다. 학생들은 등록금심의위원회, 리더스포럼 등 대학 본부와의 자리에서 꾸준히 개선을 요구해왔지만 학교는 매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발전 계획을 미뤘다. 시설 개선을 요청하면 “검토해보겠다”는 의미 없는 대답만 내놓았다. 행정부처, 학생 식당, 셔틀버스 문제는 매년 효율성을 핑계로 대며 학생들의 편의를 무시했다. 11년부터 요구한 대운동장 리모델링은 올해가 돼서야 공사 계획을 잡았다.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의 원형관은 이때까지 한 대의 엘리베이터가 전부였다.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올해가 되서야 추가 설치 계획을 잡았다. 학생들이 14년부터 기다렸던 발전기획안 발표는 한 해, 한 해 미뤄지다 결국 작년에야 발표되었다. 그마저도 문제가 많았다.
“그런 말이 있어요. 탈안성. 내가 이 학교에 무언가 바라는 것보다는, 차라리 졸업을 해서 학교를 떠나거나 아니면 전과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 박채영(전통예술학부 2) 씨
오랜 시간 동안 안성캠은 멈춰 있었다. 학교는 학생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몇 년째 방치되니 “탈안성”이라는 단어마저 등장했다. 정말 “탈안성”만이 답인 것일까. 분명 입학했을 때는 설렘만이 가득했을 텐데, 왜 학생들의 목표는 학교를 떠나는 것이 되어 버렸을까.
안성캠퍼스의 문제를 모아보자
모래 섞인 대운동장, 벌레 나오는 학식?
지난 몇 년간 서울캠이 으리으리한 신축 건물을 쌓아 올리는 동안, 안성캠은 신축 건물은커녕 전반적인 시설 투자가 미비했던 탓에 노후했다. 17년 안성부총장은 “신캠퍼스 건립이 추진되면서 안성캠 투자는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310관 신축 등의 인프라 투자가 서울캠에만 집중된 게 사실”이라며 동시에 “현재는 안성캠 이전 계획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안성캠 인프라 투자를 유보할 이유가 없다. 올해부터는 학생들이 안성캠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1
그러나 17년 이후에도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그나마 지속적인 요청이 있었던 대운동장 리모델링과 엘리베이터 공사 계획을 19년에 확정했는데, 현재 코로나로 인해 완공이 불투명해졌다. 엘리베이터 설치와 대운동장 리모델링의 진행 상황에 대해 안성캠 총무처 시설관리팀 공용호 팀장은 “취재에 응하는 부분이 극히 제한이 되어 있다. 또한 예산 등의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속 시원히 말해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안성캠의 시설 문제는 근본적인 학업 문제로 직결된다. 단순히 서울캠의 웅장한 신축 건물을 부러워하는 것을 넘어서는 문제다. 예술대, 체육대, 생공대, 예술공대가 자리하고 있는 안성캠은 실기 과목이 많다. 실기실이 기본적인 수준을 갖추지 못하면 학업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기실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익명의 실내디자인전공 학생은 “모형을 만드는 실습이 많은데 공간이 부족해 매일 강의실을 빌려서 작업한다”고 전했다. 앞서 말했듯 영신음악관의 폐쇄로 음악학부 학생들의 공연도 학내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 한다. 대운동장은 모래 구역과 트랙 구역의 경계가 허술해 트랙으로 모래가 들어간다. 체육대학 학생 A씨는 “야외 수업이 많은데 이걸 모래판에서 진행하기가 힘들다. 웨이트실은 기구가 너무 낡아서 손에 녹이 묻어날 정도”라고 말한다. 또한 많은 강의실이 기본적인 냉난방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A씨는 “강의실이 난방도 안 된다”며 개선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생활관과 학생 식당도 상황이 좋지 않다. 생활관의 안전 문제는 17년 괴한 침입 사건 2으로 가시화되었다. 혈관 인식으로 출입하는 서울캠 생활관과 달리 안성캠 생활관은 모바일 학생증의 바코드를 이용하여 허술한 점이 많다. 학생 식당 역시 가격, 맛, 위생, 영양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작년에는 음식에서 지네가 나온 사진이 에브리타임에서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건 이후 환불과 외부 업체를 통한 추가 소독이 이루어졌지만 약속했던 조리 과정과 배식 과정의 재현, 상세한 과정의 보고는 지켜지지 않았다.
그건 서울캠에 가서 문의하라고요?
“학사 운영과 관련한 ‘교무처 학사팀’, 등록·수업료 납부·환불 등의 업무를 관할하는 ‘총무처 재무회계팀’, 외국인 학생들에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제처 국제교류팀’, 대학의 미래 계획을 수립하고 발전 방향을 잡을 ‘기획처 기획팀’, 대학의 얼굴이자 각종 매스컴을 통해 대학을 홍보하는 ‘홍보팀’ 등 학생들의 대학 생활의 기초적인 부분을 지원할 부서부터, 대학의 미래를 계획함에 있어 대학의 현황을 반영할 부서까지. (…) 안성캠퍼스 학생들이 각 부서들이 제공하는 행정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인터넷과 전화를 통하거나 서울캠퍼스까지 직접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과연 같은 등록금을 지불하고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에게 대학이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2019.05.27.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 전체학생대표자회의 공동성명문
‘행정부처 균형화’ 또한 학생들이 꾸준히 요구해온 사안이지만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19년 1월에 열린 리더스포럼에서 총장단은 “안성캠의 상담센터와 인권센터가 부족한 인원 때문에 업무 처리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상담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여 올해 상담센터와 인권센터의 행정 체계를 바꾸는 것을 검토 중에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또 말뿐이었다. 안성캠 총학은 각종 본부와의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상황을 전달하고 개선을 위한 본부의 결단을 요구했다. 본부는 ‘대학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안성캠퍼스에 추가적인 행정부서 배치는 어렵다.’는 답으로 일관했다. 3 효율이라는 단어로 포장했지만 결국에는 안 된다는 말이다. 총학은 “안성캠의 4,700여 명 학생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중 하나인 행정서비스를 대학본부가 효율성이라는 단어로 무시하는 처사”라며 본부를 비판했다.
행정부처 불균형으로 인한 학생들의 불편은 현재진행형이다. 19년 1학기 전학대회에서 사진전공 정희연 2학년 대표는 “교환학생 준비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글로벌 라운지에 연락했으나 담당 소관이 아니라는 답을 들었다”며 자세한 안내를 받으려면 서울캠의 국제처를 직접 찾아가야 하는 상황임을 밝혔다. 안성캠 학생복지위원회 김무성 위원장(식품공학전공 3)은 “등록금 분할 납부를 할 때 재무회계팀이 서울캠에 있다보니 처리가 늦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안성캠에 별도의 홍보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중앙대 홍보 영상은 서울캠 위주이다. 4분 31초 분량의 ‘2019 중앙대학교 공식 홍보 영상 입학처 편’에서 안성캠의 분량은 단과대학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차지한 13초에 불과했다.
학생사회의 강력한 요구로 약간의 개선이 있었다. 학생생활상담센터가 안성캠 학생처 산하에서 독립적 운영을 펼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국제처의 경우 안성캠으로 직원을 파견했지만 17명의 직원 중 한 명뿐이었다. 당시 총학생회(19년) 공약이었던 인권 센터 연구원 추가 파견은 이루어지지 않아 아직도 인권센터엔 연구원이 한 명뿐이다.
하루 통학비가 만 원인 학교가 있다?!
안성캠의 셔틀버스 요금은 2018년 3,500원에서 300원 오른 후 1년 만에 또 700원이 인상됐다. 총무팀은 시외버스 요금과 인건비 인상에 의한 업체 측의 요금 인상 요구에 따른 결정이라 전했다. 당시 총학생회장은 “응찰 업체가 하나뿐인 상황에서 해당 업체 입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통학 버스 위탁 업체인 (주)현다우관광과 ▲버스 요금 인상 ▲계약 기간(3년) 동안 요금(4,500원)동결 ▲노선 유지를 합의했다고 밝혔다. 4 그러나 일반 학생들은 합의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것은 물론 사전 공지도 받지 못한 채 요구를 따라야만 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인상이었을까? 이원화캠퍼스 체제인 다른 학교들은 어떨까?
경희대 국제캠퍼스의 셔틀버스 요금은 2,000원이다.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는 거리에 따라 무료에서 2,450원 사이를 부과한다. 반면 중앙대는 거리에 상관없이 모든 노선의 이용 요금이 4,500원이다. 하루 통학 비용이 셔틀버스만 이용해도 9,000원이다. 추가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만원을 넘는 경우도 생긴다. 노선도 다양하지 않다. 원래 부평/송내, 강서구청, 사당에서 출발하는 노선이 존재했으나 18년 3월 폐지되어 현재 5개의 노선만 남았다. 학생 승차 인원 감소로 운행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였다. 한국외대는 17개의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이원화캠퍼스는 통학버스뿐 아니라 양 캠퍼스를 오가는 버스도 필요하다. 중앙대는 안성캠에서 서울캠으로 가는 셔틀버스가 하루에 단 한 번밖에 없다. 서울캠에서 안성캠으로 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른 학교와 비교해도 현저히 부족한 수준이다. 그마저 출발 시각이 너무 이른 탓에 이용하는 학생이 거의 없다. 정확한 시간과 노선을 알아보고자 담당부처에 문의했으나 서울캠과 안성캠을 오가는 셔틀버스는 없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홈페이지에 공지도 없었다. 관리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듯하다.
서울캠과 안성캠을 연결해주는 교통이 부실하니 생기는 문제들이 많다. 사실상 다른 학교처럼 운영된다. 본분교가 통합된 만큼 복수전공, 부전공이 가능해야 하는데 이를 힘들게 만든다. 익명의 안성캠 학생은 “하루에 서울, 안성 둘 다 가는 건 사실상 거의 불가능이라 요일을 나눠야 하는데 전필이 겹치면 난감하다”며 캠퍼스 간 복수전공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전공을 이수하지 않더라도 다른 캠퍼스 수업을 듣고 싶은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서울캠에는 예체능, 생명공학 계열을 제외한 모든 전공이 있고, 교양 강의의 수 차이도 크다. 체육대학 학생 B씨는 “다른 캠퍼스의 수업을 듣기가 매우 힘든 구조라 생각한다”며 “셔틀버스의 배차간격이 늘어나서 학생들의 선택지가 다양해질 수 있도록 학교 측에서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정말 이원화캠퍼스?
이쯤 되니 정말 이원화캠퍼스가 맞는 건지 의문이 든다. 일단 이원화캠퍼스는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이 뒤늦게 떠오른다. 이원화캠퍼스는 하나의 대학을 학과별로 분리하여 양쪽 캠퍼스에 동일한 학과가 중복되지 않도록 하는 형태를 일컫는다. 즉 중앙대는 서울캠과 안성캠을 합쳐야 완성되는 학교다. 그러나 많은 부분에서 안성캠은 서울캠과 동등한 학교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학생들이 내는 목소리를 차단하는 학교의 논리는 대부분 부족한 학생 수에 닿아있다. 학생이 적으니 수익도 적어 학생 식당이나 셔틀버스 업체가 입찰이 되지 않고, 한 회사가 독점하다시피 하는 상황에서 회사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단다. ‘효율성’ 측면에서 봤을 때 모든 행정부처를 안성에 들이기는 무리라고 한다.
안성캠에 학생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19년 기준 서울캠엔 18,534명, 안성캠엔 5,024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5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안성캠엔 학생이 부족한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서울캠과 안성캠이 이원화캠퍼스로 통합되기 전부터 진행된 구조조정의 역사로 올라가야 한다.
이원화, 신캠퍼스, 구조조정, 그리고 남은 것은
13년 전, 중앙대는 안성캠 해체를 요량으로 신캠퍼스 사업을 시작했다. 6 이제는 오래된 이야기지만 지금의 안성캠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신캠퍼스 무산을 빼놓기는 어렵다. 2010년 본부는 하남캠퍼스의 설립을 전제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학과의 대규모 통폐합 및 학부 단위의 재배치를 강행했다. 안성캠에 있는 서울캠과의 유사중복학과를 통폐합시켰다. 안성캠 외국어대 4개 학과(영어학과, 일어학과, 중어학과, 노어학과)가 서울캠과 합쳐지고 국제관계학과는 서울캠의 정치외교학과와 합쳐져 정치국제학과로 탄생했다. 학문단위 조정에 따라 입학정원이 안성캠에서 서울캠으로 이동했다. 모든 과정은 지극히 일방적이었다. 저항했던 학생들은 징계를 받았다. 구조조정은 11년, 13년, 15년까지 계속됐다. 7 그러나 15년 인천시와 체결한 양해각서의 연장시한이 만료되면서 신캠퍼스는 완전히 무산되었고 8, 텅 비어버린 안성캠과 과밀한 서울캠이 남았다.
“대학 본부의 주장대로 안성캠퍼스에 추가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면 그 상황을 만들어낸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효율과 비효율을 논하기에 앞서 효율적이지 못한 대학의 구조를 만들어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것이다. 안성캠퍼스를 지금과 같은 상황에 놓이게 한 책임은 지난 10년 간 각종 정책적 행정적 결정을 진행한 대학 본부에게 있다. 대학 본부는 대학이 감당해야 할 책임을 오롯이 학생의 부담으로 돌리고 있으며 대학 본부는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대학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또 다시 안성캠퍼스 학생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2019. 05. 27.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 전체학생대표자회의 공동성명문
결국 '부족한 학생 수'의 원인은 미래 계획에 철저히 실패한 본부에 있다. 본부는 책임지지 않았다. 본부가 만든 효율적이지 못한 구조 안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본부는 비어버린 안성캠은 외면한 채 학생이 넘쳐나는 서울캠에 건물을 쌓아 올리기 바빴다. 서울캠의 투자 상황이 장기적으로는 본·분교 통합에 따른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 장담했다. 9 그러나 신캠 무산 이후 5년이 흐른 지금도 두 캠퍼스의 풍경이 양극단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2019년 재학생 기준 교지 확보율 10을 보면 서울캠은 22.6%, 안성캠은 416%다. 11
황폐화된 안성캠에 남은 학생들은 14년부터 장기 발전 계획 발표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신캠퍼스를 더 이상 꿈꿀 수 없게 됐으니 당연히 안성캠을 다시 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발전기획단이 15년에 조직됐지만 몇 년간 성과를 내지 못했다. 16년에도 발전기획단 사무실에는 단 한 명의 실무자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12 당시 발전기획단 소속 직원은 “특별하게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게 없으며, 새로운 체제로 준비 중이기에 지금은 특별히 드릴만 한 내용이 있지 않다”고 밝혔다. 13 발전기획안이 발표된 건 발족 후 4년이 흐른 작년이었다. 신캠 무산 이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달라진 게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구조조정이 낳은 문제
공동화 야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무려 5개의 단과대학이 통폐합된 예술대학에는 구조조정의 잔재가 남아있다. 2011년 학교는 미디어공연영상대학 신설에 따라 연극학과, 영화학과를 폐지하고 미디어공연영상대학, 국악대학, 음악대학, 예술대학, 생활과학대학을 예술대학으로 통폐합했다. 그 결과 하나의 단과대에 6개의 학부와 20의 전공이 남게 되었다. 그리고 2018년 3월 글로벌예술학부 신설에 따라 예술대학엔 6개의 학부, 23개의 전공이 자리하게 되었다.
이 기이한 구조 안에 무려 3,809명의 학생이 있다. 대학들이 분리되지 않아 ‘대학’이여야 할 학문 단위가 ‘학부’가 됐고, 학부여야 할 단위가 ‘전공’이 됐다. 심지어 이렇게 나눠진 전공 안에 또 '세부 전공'이 있다. 예를 들어, 통폐합 전 '국악대학 음악예술학부 가야금 전공'은 현재 구조로는 '예술대학 전통예술학부 음악예술전공의 가야금 전공'이 되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학생들의 수업을 듣는 과정부터 향후 진로까지 악영향을 끼친다. 예술대학 학생 C씨는 “수업이 세부 전공이 아닌 전공 단위로 개설되다 보니 강의명과 강의 내용이 전혀 다른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타악실기’라는 강의에서 타악이 아닌 국악 개론, 공연 기획 등 다른 내용을 배우기도 하는 것이다. 학위증에는 세부 전공이 아닌 전공명이 적히기 때문에 세부 전공을 증명하기도 어렵다.
전임교원 부족 문제도 있다. 2019년 기준 안성캠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56.99%였다. 78.64%인 서울캠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은 더 심각하다. 서울캠은 70.1%, 안성캠은 35.2%에 그쳤다. 전임교원 현황은 교육여건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이다. 강의의 전문성, 폭넓은 커리큘럼 구성, 학생 진로상담, 졸업논문 지도 등 많은 측면에서 전임교원의 존재가 중요하다. 14년 안성캠 총학생회는 “정원 확대에 따른 전임교원을 학교 측에서 늘려주지 않아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15년에는 문예창작학과 학생 90여 명과 교수, 대학원생이 전임교원 충원을 요구하며 서울캠 본부로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14 그러나 이후에도 바뀐 것은 없었다. 여전히 전임교원은 부족하다. 19년 9월 열린 리더스포럼에서도 예술대 이설아 학생회장(한국화전공 4)은 “예술대는 전공 특성상 교수 충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진행된 전임교원 충원은 실질적으로 체감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15
학생들은 왜 지쳤나
4년을 기다린 발전기획안
구조조정 이후 황폐화된 안성캠의 학생들은 본부의 발전 계획이 간절했다. 지난 몇 년 동안 학생들의 요구사항은 발전계획안에 포함될 것이라는 이유로, 발전계획안은 뉴 비전이 공개되면 연계해서 수립한다는 이유로 미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19년 10월 23일, 4년의 기다림 끝에 발전기획안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안겨준 건 실망뿐이었다. 학생들이 가장 바랐던 시설 개선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성과 보고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박지헌 학생은 “원형관 엘리베이터 설치는 계속 지체된 점이 아쉽다. 904관 내 실험실과 샤워실은 언제 개선될지 궁금하다”며 시설 개선 계획이 부실함을 지적했다. 전통예술학부에 재학 중인 D씨는 “지금까지 해온 내용 바탕으로 방향만 툭툭 던져놓은 느낌이라 실망이 컸다”고 밝혔다. 학문단위 특성화에 대해서도 “엘리트 교육 특성화라고는 하는데 그냥 인원 줄이는 걸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발전기획안은 지속되어온 학생들의 목소리에 답하지 않았다.
기존의 고질적인 문제도 해결하지 못 했지만 신설 학부도 문제였다. 발전 기획안의 핵심은 예술공학대학과 글로벌예술학부의 신설이다. 본부는 이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안성캠의 공동화를 해결할 뿐 아니라 국제화, 학문단위 특성화까지 이룰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생 수의 충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신설 단위들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글로벌예술학부는 전임교원 확보율 문제를 비롯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까지 글로벌예술학부에는 전임교원이 한 명도 없었다. 올해 1학기에 2명을 처음으로 임용했다. 현재 학부 홈페이지도 개설되지 않은 상태다. 글로벌예술학부 측은 이에 대해 “홈페이지 개설 계획은 있는데 언제가 될지 말씀드리기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학부 특성상 유학생 많은데 학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유학생 프로그램이 있냐는 질문에는 “학부가 지원하는 부분은 따로 없고 글로벌라운지에서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다.
누구를 위한 발전인가
발전기획안은 왜 학생사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논의 과정에 학생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성캠 발전기획안은 초기 안성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해 6명의 행정처장, 안성캠 3개 단과대 학장과 지역개발 전문교수 등이 최초 발전계획을 입안해 만들어졌다. 16 설명회마저도 학생은 대표자만 참여했다. 일반 학생들은 기획안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었다. 한현정 학생(조소전공 4)은 “안성캠 발전기획안이라는 개념을 처음 들어본다”며 “당장은 작품공간이 부족하고 가끔 실습실에 물이 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정서연 학생(서양화전공 2)도 “해당 기획안을 잘 알지 못한다”며 “학생회나 학교 측의 안내가 없었다”고 밝혔다. 17
일반 학생들이 발전기획안을 알 수 있는 경로는 학보사의 보도뿐이었다. 자료 원본을 찾기 위해 발전기획단에 문의했으나 김영호 단장은 “발전기획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계획이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에게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파일은 따로 만들지 않고 20부 정도를 프린트해서 당시 총학생회에 전달했다”고 답했다. 당시 설명회를 취재한 중대신문 기자는 중앙문화의 문의에 “안성캠 발전기획안의 경우 발전기획단이 언급한 바와 같이 자료 용처가 제한적이다. 취재 당시 해당 자료를 인계받은 뒤 보도 이후 모두 소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본부가 생각하는 학교의 발전이란 대체 무엇일까. 학교를 다니고 있는 4,700여 명의 만족도는 고려 대상조차 아닌 것일까. 안성캠 총학생회장이었던 이상준 씨는 당시에 “발전계획안에서 학생들 피부에 와닿을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발전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학생의견이 대학본부로 들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18
결국 반복되는 문제
대학본부는 추진 계획 자료를 직접 공개하지 않고, 평의원회와 총학생회를 거쳐 간접적으로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구조조정 계획안은 학문단위의 존폐를 가를 수도 있는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본부는 계획안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자세한 정보를 학생들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 성명서를 통해 학생들은 ▲구조조정의 세부 정보 공개 ▲인터넷 게시판으로 한정된 의견수렴 통로 개선 ▲의견수렴의 주체와 반영 과정 공개 ▲공청회 개최 등을 주장하며, 구조조정에 대한 실질적인 의사소통을 대학본부 측에 다시 한 번 요구했다. 하지만 거듭되는 학생사회의 요구에도 대학본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19
2015년 구조조정 당시 중앙문화 기사
구조조정 때 본부의 모습이 현재도 재현되고 있다. 신캠퍼스 사업과 구조조정은 현재 구성원의 희생을 강요하며 미래만을 바라본 투자였지만, 그 미래조차 잡아먹었다. 전개 과정에서 학생의 목소리는 배제됐다.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구조조정은 안성캠 황폐화의 결정적인 원인이다. 이런 안성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발전기획안에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참담하다. 더 안타까운 건, 그럼에도 학생사회가 뜨겁게 끓어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학생 자치의 열기는 식다 못해 사라진 수준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지친 데에는 분명 본부의 책임도 있다. 몇 년째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학교를 누가 믿겠는가. 학생들은 이제 “안성캠은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굳혔다.
개선될 여지 혹은 희망이라도 보여달라
“나는 학교가 했던 장밋빛 약속들이 지켜지는지 꼭 두 눈 뜨고 지켜볼 것이다. (안 지킬 것을 알기에) 우리의 희생은 후배들을 위한 것이었다는데, 정말 우리 후배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는지, 제대로 수업은 받고 다니는지, 더 이상 안성캠퍼스라고 차별을 받진 않는지 후배들에게 묻고 물어 확인할 것이다. 갈기갈기 찢어진 나의 대학생활은 구조조정의 직접 피해당사자인 우리 동기들 그리고 선후배들로 족하다.”
2014년 중앙문화 66호, 안성학생 잔혹사
“2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안성캠 학생들은 “우리도 중앙대 학생” 이라고 외치고 있다. (...) 이제는 되묻고 싶다. 왜 수강여석이 부족한가요? 학생회비를 따로 걷는다면 등록금도 따로 걷는 건가요? 서울캠에 멋진 도서관도 있고, 지금도 멋진 건물이 공사 중이던데 왜 안성캠은 10년 동안 뺏기기만 했나요? 이 물음들의 답은 어디에서 들을 수 있을까.”
2016년 중앙문화 70호, 중앙대 학생 맞나요?
“안성캠의 문제들이 바로 개선되어지기보다는 학교 측에서 ‘개선될 여지 혹은 희망’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2020년 체육대학 학생 B씨
“지속적으로 학교의 발전을 위해, 학교의 위상을 위해서 열심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총장님께서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2020년 전통예술학부 학생 박채영 씨
구조조정이 몰아치던 2014년, 텅 빈 캠퍼스로 방치됐던 2016년, 발전기획안이 발표된 후인 올해까지 안성캠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여전히 “우리도 중앙대 학생이다”라고 외치고 있다. 본부를 위한 학생들의 희생을 멈춰야 한다. 더는 케케묵은 신캠퍼스 이야기를 꺼내며 아쉬움만을 남길 수는 없다. 안성캠의 희망을 믿는 학생들을 위한 실질적인 발전이 필요하다. 당장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이제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제대로 답할 때다.
- <중대신문>, “안성캠을 세계 문화·예술의 중심으로 만들겠다”, 2017.03.26. [본문으로]
- 안성캠퍼스 여학생 기숙사 1층 A씨 방에 20~3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침입하여 잠을 자던 A씨의 입을 막고 어깨를 누르면서 “난 흉기를 가지고 있다. 조용히 하라”며 위협했다. 이 남성은 A씨가 발길질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자 창문을 통해 그대로 달아났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는 창문 방충망을 찢고 침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중앙대 안성캠퍼스 여자기숙사 괴한 침입... 여학생 위협하고 달아나”, 2017.05.15. [본문으로]
-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 전체학생대표자회의 공동성명문, 2019.05.27. [본문으로]
- <중대신문>, “안성캠 학생 통학버스 1년 만의 인상”, 2019.04.07 [본문으로]
- 2019 대학 알리미 공시 [본문으로]
- <중앙문화> 66호, 신캠퍼스 연대기 [본문으로]
- <중앙문화> 67호, “결국엔 구조조정 그 지겨운 이야기” [본문으로]
- 당사자 간 합의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정식 계약을 맺기 전에 우선 작성하는 문서.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본문으로]
- 2014 등록금심의위원회 2차 회의록 [본문으로]
- 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교지를 기준으로 대학이 교지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비율. (재학생 기준 면적/보유면적*100) [본문으로]
- 2019 대학알리미 공시 [본문으로]
- 현재는 4명의 직원이 있다. [본문으로]
- <중앙문화> 70호, “중앙대 학생 맞나요? 2016 안성캠퍼스” [본문으로]
- <중앙문화> 67호, “교수가 부족하다?” [본문으로]
- <중대신문>, 대외적으로는 우수, 학내 문제에는 미진, 2019.11.11. [본문으로]
- <중대신문>, “발전기획안, New Vision과의 관계는”, 2019.11.11. [본문으로]
- <중대신문>, “학생사회와 눈높이 맞췄나”, 2019.11.11. [본문으로]
- <중대신문>, “학생사회와 눈높이 맞췄나”, 2019.11.11. [본문으로]
- <중앙문화> 67호, “결국엔 구조조정 그 지겨운 이야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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